
열대야가 길어지면서 기후위기가 인간의 수면 패턴까지 흔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여름에 발생하는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밤을 뜻한다.
호주 플린더스대학교 애들레이드 수면건강연구소 연구팀은 전세계 68개국 7만여명의 착용형 수면 추적기 데이터를 9년간 분석한 결과, 야간 기온이 섭씨 12℃에서 27℃로 상승할 때 평균 수면시간이 약 15~17분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밤 기온이 높을수록 6시간 미만의 '짧은 수면'이 발생할 확률이 약 4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올여름 열대야가 나타난 일수가 15.5일로, 역대 네번째로 많았다. 이는 폭염일수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올여름 폭염일수는 28.1일로, 역대 세번째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기후위기로 인한 열대야가 늘어나면 수면의 질 저하로 만성피로와 인지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온 상승이 인체 생리 리듬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수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침실 온도 조절과 환기, 지역별 야간 기온 변화에 따른 맞춤형 수면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생리적 복원력에 대한 도전"이라며, 기후변화가 우리의 '잠'과 같은 기본적 생리 기능까지 흔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지구온난화가 단순히 폭염과 해수면 상승 같은 환경 현상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일상과 건강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슬립(Sleep, Oxfford Academic)' 10월 13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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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지 기자 gpwl0218@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