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곳곳에서 식물이 꽃을 피우고 잎이 싹트는 시기가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의 잎이 트는 시기가 빨라지면 작물 피해와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국립계절학네트워크(USA National Phenology Network)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는 미국 대부분의 중부지역에서 1991년부터 2020년 평균보다 3주에서 5주 빠르게 봄이 시작됐다. 남부와 중서부 지역 역시 평년보다 2주에서 3주 정도 빠르게 봄이 찾아왔다.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이 1981년부터 2025년까지의 변화를 분석해 지난 11일 발표한 결과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미국 주요 도시 242곳 가운데 212곳, 전체의 88%에서 잎이 트는 시기가 평균 6일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편차도 뚜렷했다. 켄터키주 해저드는 잎이 트는 시기가 11일 빨라졌고, 테네시주 멤피스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는 7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2일 앞당겨졌다.
반면 북부 로키산맥과 평원 일부 지역에서는 변화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해당 지역은 1970년 이후 봄철 기온 상승 속도가 완만하거나 일부 냉각 경향까지 나타나면서 다른 지역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이처럼 지역마다 차이가 나는 배경에는 위도와 고도, 바람과 해류, 지형 등 다양한 기후 요인이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동일한 '봄의 앞당김' 현상이라도 지역별로 체감 정도가 다른 이유다.
영국에서도 역대급 이른 봄이 나타나고 있다. 시민과학 데이터 플랫폼 '네이처스 캘린더'에 따르면 올해 개구리 산란 평균 시점이 2월 23일로 기존 기록(3월 5일)보다 크게 앞당겨졌고, 개암나무 개화 시기도 1월 중순으로 관측 이래 가장 빨라졌다.
노란배박새 산란 시기는 기존 기록보다 3일 빠른 3월 23일로 나타났고, 1960년대 대비 평균 산란 시기가 16일이나 앞당겨졌다. 전문가들은 따뜻했던 겨울과 잦은 강수, 3월 기온이 높은 점 등을 주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에서도 봄이 앞당겨지고 있다.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순서로 개화해야 하지만 올해는 이 모든 꽃들이 한꺼번에 개화하고 있다. 또 4월에 피던 꽃들의 개화시기가 3월로 앞당겨지고 있는 현상을 보였다. 벚꽃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평년보다 3~6일 정도 개화시기가 빨라졌다. 심지어 4월중순부터 개화를 시작하는 철쭉까지 4월초인데 꽃봉우리가 피어오르고 있다.
문제는 꽃들의 '동시 개화'가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꽃의 개화시기와 꿀벌 등 곤충 활동시기가 어긋나면 곤충들이 먹이를 찾지 못하게 되고, 꽃들은 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열매가 맺히지 않는 '생태적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밋센트럴의 기후학자 케이틀린 트뤼도는 "이러한 현상이 다른 종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종간의 생물주기가 어긋나면서 먹이망과 번식 구조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자연관찰가 닉 애치슨은 "봄의 변화가 일부 종의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며 기후변화가 생태계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 분야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작물이 일찍 개화한 뒤 다시 한파가 찾아오는 '거짓봄'이 발생할 경우 과일과 목초 등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미국 남동부에서 발생한 한파는 복숭아, 배, 블루베리, 딸기 등 다양한 작물에 피해를 주며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의 손실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올해 사과와 배나무의 개화시기가 지난해보다 7일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충북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사과(후지)는 평년보다 5∼6일 개화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하고, 배(신고)와 복숭아도 5∼7일가량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수의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면 갑작스러운 서리나 저온 등 이상기상에 따른 피해 발생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상현상에 미리 대응하지 않으면 수확량이 크게 떨어져 심각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근본적으로 변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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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상민 기자 sangmin@newstree.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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