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주행 전기자동차 배터리인 '고전압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폭발 위험은 줄이는 젤 형태 물질이 개발됐다. 고전압 배터리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 생성을 아예 차단하는 물질로, 이 물질을 적용하자 배터리 수명은 2.8배 늘고, 부풀어 오름도 6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송현곤 교수팀은 한국화학연구원 정서현 박사,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황치현 박사팀과 함께 배터리를 고전압으로 충전할 때 전극에서 활성산소가 새어나오는 반응을 원천봉쇄하는 '안트라센 기반 반고체 젤 전해질'(An-PVA-CN)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고전압 배터리는 4.4볼트(V) 이상의 전압으로 충전되는 리튬이온전지로,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어 배터리팩을 가볍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충전전압이 높아질수록 하이니켈 양극의 산소가 불안정해지면서 '일중항산소'라는 활성산소로 변해 빠져나오게 되는데, 이 활성산소는 가스를 발생시켜 배터리 폭발 위험을 높이고 수명도 단축시킨다.
개발된 전해질의 안트라센(An)은 전극 표면의 불안정한 산소와 결합함으로써 불안정한 산소끼리 결합하는 반응 단계를 차단한다. 불안정한 산소끼리 결합하게 되면 활성산소 '씨앗'인 산소 이합체가 생긴다. 또 이 안트라센은 이미 생긴 활성산소까지 포획해 제거함으로써 이중보호 기능을 할 수 있다.
전해질의 또다른 성분인 니트릴(-CN) 작용기는 양극의 니켈 금속을 안정화해 니켈이 녹아나오거나 양극 구조가 변형되는 것을 막아준다. 제1저자인 이정인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활성산소의 발생단계 자체를 차단했다는 점이 차별점"이라며 "기존에는 활성산소가 이미 생긴 뒤 항산화 물질로 사후 중화하거나, 전극을 조작해 산소 발생을 억제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새 전해질을 적용한 배터리는 4.55V 고압충전 조건에서 500회 충·방전 후에도 초기 용량의 81%를 유지한 반면, 기존 배터리는 180회 사이클 만에 초기 용량의 80% 이하로 떨어졌다. 배터리 용량이 초기의 80% 이하로 떨어지면 수명이 다했다고 보기 때문에 수명이 2.8배 증가한 셈이다.
또 배터리 팽창의 원인이 되는 가스 발생도 크게 억제됐다. 기존 배터리가 85마이크로미터(µm) 팽창한 것과 달리 젤 전해질을 적용한 배터리는 13µm 정도 부풀어 오르는 데 그쳐, 부피 팽창을 약 1/6 수준으로 억제했다.
송현곤 교수는 "고전압 배터리의 산소 반응을 '전해질 설계' 단계에서 직접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이 원리는 향후 우주항공용 경량 리튬이온전지와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에너지 재료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 10월 5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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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윤 기자 jamini2010@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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