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를 덮친 폭풍과 집중호우가 기후변화로 인해 '극대화'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계기상기여조직(WWA)은 최근 동남아에서 18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열대폭풍 '세냐르'와 '디트와'의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을 지목했다고 10일(현지시간) 과학매체 어스닷컴이 보도했다.
지난 11월 27일 인도네시아와 태국,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 일대는 2개의 폭풍으로 쑥대밭이 됐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에서는 홍수와 산사태로 400명이 넘는 이들이 숨졌고, 태국 남부에서는 강 수위가 3m 넘게 상승하면서 300만명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스리랑카도 폭풍이 직접 강타해 334명의 사망자와 300여명이 넘는 실종자가 발생했다. 전체적으로 1800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약 1200만명이 침수 피해로 인해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라 큐 네덜란드 기상연구소 연구원은 "원래 이 시기에 전통적인 몬순 기후로 인해 잦은 비와 폭풍이 발생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기후변화가 계절성 비구름조차 재난 수준으로 증폭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구진이 조사한 결과, 폭풍이 발생한 북인도양 해역 표층 수온이 1991~2020년 평균보다 약 0.2℃ 높았다. 바다 온도가 오를 수록 더 많은 수증기와 에너지가 대기중으로 흡수되고, 이는 폭풍의 규모와 강도를 키우게 된다. 연구진은 인류가 초래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없었다면 이 해역의 수온이 약 1℃ 낮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제시하며 인간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재앙을 초래한 점을 강조했다.
문제는 이같은 폭풍과 홍수가 단발적인 이상기후가 아닌 기후위기 시대 '뉴노멀' 사례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전세계 폭우의 양상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이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과거에는 50년에 한 번 나타나던 강우량이 5년 단위로 반복되는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아시아 홍수는 기존 기후예측모델이 경고한 시나리오보다 빠른 속도로 현실화하고 있다"며 "국가별 기후적응 정책의 근본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동남아시아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장마 패턴의 붕괴, 국지성 호우, 도시 범람 등 기존 예측을 벗어난 강수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해수면 온도 상승과 대기 불안정이 겹칠 경우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에서도 단 한 차례 호우가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 기상청장인 서울대 남재철 교수는 11일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바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 기상현상이 이전과 다른 모양새를 띠고 있다"며 "당장 피해를 막기 위한 기후적응 기반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도 병렬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임페리얼 칼리지런던 연구 플랫폼에 12월 10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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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인준 기자 injun94@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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