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방침을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는 2035년부터 신차 탄소배출량을 10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법제화한 상태다. 이 계획대로면 내연기관차 판매가 전면 금지되고 사실상 전기차 판매만 가능하다.
대형 화물차는 2030년까지 43%, 2035년까지 65%, 2040년까지 90%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목표였다. 차량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하지 못한 제조업체에게는 벌금이 부과될 예정이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대형 화물운송업계는 연간 약 20억유로(약 3조4700억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EU 집행위가 16일 발표하는 개정안에 따르면 일정조건 하에 2021년 배출량 기준으로 10%가 허용된다. 자동차 업체들이 제한된 수량의 휘발유·경유 차량을 계속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정안에는 자동차 생산에 친환경 철강 사용이 포함될 수 있으며, 2035년 금지될 예정이던 전기차 내 주행거리 연장용 소형엔진을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35년 내연기관차 금지는 EU 기후대응법에서 상징적인 조치로 여겨진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인프라 확충이 더디다면서 이를 막기 위한 로비를 펼쳐왔다. 특히 트럭 운송업계는 비용과 인프라 문제를 들어 전기차 전환이 어렵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EU집행위원회에 전기충전소 충당, 트럭세 감면, 에너지비용 완화 등을 촉구했다.
로드스트룀 CEO에 따르면 현재 유럽 내 대형 화물차용 공공충전소는 1500개뿐이다. 전기차를 상용화하려면 총 3만5000개, 한달에 500개꼴로 설치돼야 한다. 지난해 영국에는 대형 화물차용 공공 전기충전소가 단 한 곳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기트럭 가격도 40톤 2축 기준 30만유로(우리돈 약 5억2000만원)로 디젤 차량의 2배다.
ACEA에 따르면 EU 내 화물트럭 600만대 중 전기차는 1만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있는 전기트럭도 단거리 운행에 그친다. 현재 신규 등록된 대형 화물차 중 전기충전 가능한 트럭은 고작 2% 미만이다.
독일, 이탈리아 등 자동차 산업이 경제에 중요한 회원국들도 비판적 입장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최근 "현실은 2035년, 2050년에도 전세계에 내연기관차 수백 대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내연기관차 금지계획을 철회하면 전기차로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과 서방간 격차만 늘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겔의 시모네 탈랴피에트라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전기화이므로 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글로벌 기후대응 리더로서 유럽의 평판만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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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윤 기자 jamini2010@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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