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거듭 압박하고 나서자, 국내에서는 시민단체부터 노동계, 종교계, 정치권까지 '파병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호위 작전에 파병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미국이 그동안 안보를 지원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히 한국과 일본을 콕 집어 파병을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압박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한국, 일본, 독일 등에 수만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며 "우리는 이 모든 나라들을 방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할 뿐 아니라, 우리를 도와야 한다"며 "그들이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놀랍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의 안보 지원을 받았음에도 군사적 협력에 나서지 않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소셜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국제 원유·천연가스의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에 의해 봉쇄된 상태다. 다만 중국과 인도, 터키, 파키스탄, 그리스 등 일부 국가는 이란과 협의를 통해 선박 운행을 허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향해 파병 압박을 가하자, 국내에서 '파병 반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를 비롯해 노동단체, 종교단체 그리고 정치권까지 나서서 '파병 반대'를 외치고 있다.
한국기독교협의회는 17일 긴급성명을 통해 "동맹이라는 미명 하에 한국의 군사력이 또다른 전쟁의 질서에 편입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전쟁으로 정의를 세울 수 없고, 군사력으로 평화를 만들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군함 파견 압력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이날부터 서울 조계사에서 미국대사관 앞까지 파병 반대 오체투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도 전날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해협에 군사력을 파견한다면 대한민국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파병 검토 시도조차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같은날 "한반도 방위와 직접 관련 없는 중동 전쟁에 한국군을 투입하는 파병에 판대한다"며 "정부는 동맹 범위를 벗어난 억지 요구를 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 행위에 대해 '위협에 대한 예방 공격'이라고 주장하나, 이란이 어떤 위협을 가한 건지 증거를 제시한 바 없다"며 중동 전쟁을 '국제법상 침략 행위'로 규정했다. 이는 정당하지 못한 전쟁에 파병하는 것이 국내 헌법은 물론 국제법에도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여야할 것 없이 파병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파병은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서울 종로구 주한미군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란과의 관계와 한미 동맹, 파병 부대 군함의 안전 등 다각적 방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너무 위험이 크다"며 파병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고, 정의당은 "한국군을 학살의 도구로 쓰게 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트럼프의 파병 요구에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아주 신중하게 대처하려고 한다"며 "한미간 충분한 논의를 한 뒤 결정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미국의 파병 요청을 쉽사리 거절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가 협조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보복할 것이라고 대놓고 협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국민 보호를 목적이 아닌 경우에 우리 군의 파병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국회 동의없이 파병을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게다가 이란이 선별적으로 해협을 통과시켜주고 있어서, 섣불리 미군 파병을 결정해 이란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달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일본도 미국 파병요청에 즉답을 피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우리 정부도 당분간 국제정세를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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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인준 기자 injun94@newstree.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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