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가 많으면 냉장고 사용이 늘어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집안의 사물인터넷(IoT)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 이의진 교수 연구팀은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반 추적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가정 내 있는 IoT센서 데이터를 활용해보니 개인의 정신건강 상태를 훨씬 더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청년층 1인가구 20세대를 대상으로 4주간 실증 연구를 진행했다. 가전제품과 수면 매트, 움직임 센서 등을 설치해 IoT 데이터를 수집하고, 스마트폰·웨어러블 데이터와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IoT 데이터를 함께 활용할 때 정신건강의 변화를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예를 들어 수면시간 감소는 우울·불안·스트레스 수준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됐으며, 실내온도 상승 또한 불안 및 우울과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참가자들의 행동패턴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냉장고 사용이 늘어나는 '폭식형', 활동량이 급감하는 '무기력형' 등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생활 패턴이 불규칙할수록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정 행동의 빈도보다 일상 패턴의 변동성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규칙적인 생활이 정신건강 유지에 핵심적임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 참여자들이 자신의 생활 데이터를 시각화 소프트웨어를 통해 확인한 결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보다, 데이터가 정신건강 이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이로 인해 연구 수용성과 참여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가구는 전체 세대의 36%에 달하는 800만가구에 이르고 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의 62%가 '외로움'을 느끼는 등 고립감과 정신건강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고립감을 느끼는 1인가구뿐만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개인들에게 맞춤형 건강관리를 할 수있는 시스템 개발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의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정 내 IoT 데이터가 개인의 생활 맥락 속에서 정신건강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향후 AI를 활용해 개인별 생활 패턴을 예측하고 맞춤형 코칭이 가능한 원격의료 시스템 개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KAIST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센터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 연구결과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ACM 인터랙티브, 모바일, 웨어러블 및 유비쿼터스 기술논문집(Proceedings of the ACM on Interactive, Mobile, Wearable and Ubiquitous Technologies)에 9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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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지 기자 gpwl0218@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