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을 30% 감축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탈플라스틱 로드맵' 초안을 공개하고 관련업계와 학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공개된 초안의 골자는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30% 줄이기 위해 일회용컵 사용규제를 비롯해 사용한 폐플라스틱 회수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또 플라스틱 소재를 재활용이 쉬운 재질로 바꾸는 한편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기업에 회수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정미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대국민 토론회'에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에는 2030년까지 생활계 및 사업장 배출 폐플라스틱을 전망치 대비 30% 이상 감축한다는 것이 목표"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재(新材) 플라스틱 사용의 원천적인 감량부터 지속가능한 설계·생산, 회수·재활용 확대, 순환경제 산업경쟁력 강화방안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과제가 종합적으로 담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세계 폐플라스틱 배출량은 2019년 3억5000만톤에서 2060년 10억1000만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생활·사업장 폐플라스틱 배출량이 2023년 771만4000톤에서 2030년 1012만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2030년에도 폐플라스틱 배출량이 700만톤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폐플라스틱이 원천적으로 100만톤가량 발생하지 않도록 사용규제를 하는 한편 순환체계를 구축해 수거한 폐플라스틱이 재생원료로 다시 쓰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재생원료 물량을 200만톤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억제책을 마련한다. 내년부터 일회용컵을 유료화하는 가칭 '컵 따로 계산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영수증에 일회용컵 가격을 별도로 표시할 계획이다. 현재도 컵 가격이 음료값에 포함돼 있지만 소비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일회용컵 가격은 매장의 자율에 맡길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정미 과장은 "음료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다회용컵 사용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식점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된다. 우선 카페나 제과점 등을 대상으로 용량이 큰 종이컵 사용을 우선 규제하고, 이후에 식당 등 물컵으로 제공하는 작은 크기의 종이컵도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용금지를 검토할 방침이다.
주요 식음료 프랜차이즈 17곳에서 2023년 사용된 일회용 컵은 9억3989만2000여개에 이른다. 2019년 정부가 발표한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에 따르면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매년 사용되는 일회용컵은 종이컵 37억개 포함 84억개로 집계됐다.
빨대는 원칙적으로 사용을 금지한다. 다만 소비자가 요청할 때만 제공한다. 따라서 빨대를 눈에 보이는 곳에 놔둬서는 안된다. 장례식장 등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시설에는 다회용기 전환을 유도한다. 규모가 큰 장례식장은 일회용품 사용규제도 검토한다. 배달 용기는 경량화와 재질 표준화를 추진하고, 택배 포장은 횟수와 공간 비율 제한을 통해 과대포장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경제적 유인을 통한 감축도 병행한다. 플라스틱 일반용 폐기물 부담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폐기물 부담금은 제품 제조·수입 단계에서 향후 처리비용을 미리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로, 현재 1㎏당 150원 수준이 2012년 이후 동결돼 있다. 이에 정부는 실제 처리비용과 산업여건을 반영해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폐기물 부담금은 1㎏당 약 600원으로 국내의 4배 수준이다.
재생원료를 사용한 제품에는 부담금을 감면하거나 면제하고, 폐기 부담이 큰 일회용품에는 더 높은 요율을 부과하는 차등 적용도 검토한다. 페트병에는 재생원료 사용의무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2026년 10%, 2030년 30%까지 확대하고, 다른 재질로도 적용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생산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하는 '한국형 에코디자인' 제도도 도입된다. 정부는 2027년까지 중점관리 제품군 지정과 기준 마련을 위한 시범사업을 거쳐 2028년 이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에는 패널티를, 쉬운 구조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 기후부는 덧붙였다.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개편하고 대상을 플라스틱 일회용컵, 완구류, 전기전자제품 등으로 확대한다. 특히 열적 재활용의 실적인정비율을 70%에서 50%로 줄여 물적 재활용을 촉진한다. 단 열분해 원료도 순환자원으로 인정하고, 열분해 업체에 공급하는 민관 협력모델을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해외직구 플랫폼에도 재활용 의무를 부여할지 검토 중이다.
아울러 제조업체와 커피전문점 가맹본부의 재활용 의무 부과, PET 소재 통일, 공공기관 반입 금지와 지역축제 다회용기 의무화 등 일관된 일회용품 관리 정책도 추진된다. 플라스틱 대책 이행 체계는 물질흐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재생원료 사용 인증제 도입, 생산·소비·폐기 및 재생원료 사용까지 전주기 플랫폼을 구축한다.
이날 정부의 로드맵에 대해 반응은 엇갈렸다. 산업계는 규제를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며 완급조절을 요구하는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규제가 약하다며 강한 정책을 요구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연대 이사장은 "포장재와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복합소재 등 관리 사각지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아예 생산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재생 제품이 신재보다 더 많이 쓰이도록 수요 확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100만톤을 실제로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사업자가 재활용 용기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완성까지 가는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유지, 장례식장·놀이공원 등으로 다회용기 적용 공간 확대, 일회용품 부담금 대폭 강화, 재활용 통계 정비와 종량제 전처리 시설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는 "재활용은 제품 설계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EU는 재활용 성과 하위 20~30%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데, 국내 제도는 실제 설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강력한 시장 진입 제한과 이를 뒷받침할 법령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생업계에서는 수급 균형을 강조했다. 이건호 삼양에코테크 대표는 "재생원료를 소수의 전문업체가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내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면 재생원료를 수출하고 신재를 수입하는 비효율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규제 형평성과 부담 완화를 요구했다. 이재형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부회장은 "테이크아웃컵과 배달용기가 주요 오염원처럼 부각되지만 사업장 폐기물이 전체의 43%를 차지한다"며 "협회 회원사 기준으로 테이크아웃컵은 최대 0.5%, 배달용기는 2.8%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컵 따로 계산제에 대해 "실용성이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국내 전체 카페 매장 수는 약 10만곳에 달하고, 이 가운데 70%가 연매출 10억원 미만의 소상공인인 만큼 단기간 수거 시스템 구축 부담을 고려한 형평성 있는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편의점 테이크아웃 커피 증가에 따른 풍선효과를 우려하며 편의점에 동일한 규제 적용을 요구했다.
심도용 한국화학산업협회 실장은 "국내 플라스틱 산업은 세계 4위 규모로, 일괄적이고 급격한 규제는 산업계 충격이 크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산업계와 정기적인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토론회 객석에서는 친환경 빨대 제조업체가 생분해성·종이 빨대를 제도에서 제외하고 합성수지 사용을 다시 허용한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고응 기후부 자원순환국장은 "소재 선택은 시장 자율에 맡기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후부는 추후에도 의견을 계속 수렴해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최종안을 마련한 뒤, 내년 초 관계부처 및 업계 협의를 거쳐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국민과 함께 만든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을 통해 대한민국을 순환형 녹색 문명의 선도국가로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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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윤 기자 jamini2010@newstree.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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