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만에 1200㎢ '잿더미'...美 중서부, 산불에 '비상사태'

세계 / 김나윤 기자 / 2026-02-20 10:58:28
▲산불 현장 (사진=페이스북)

미국 중서부에서 지난 17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형 산불이 사흘째 확산되면서 오클라호마·텍사스주 일대가 초토화됐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가 겹쳐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피해지역이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산불 피해 면적이 총 30만 에이커(약 1214㎢)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레인저로드 산불(Ranger Road Fire)'은 비버카운티에서 시작돼 캔자스 남부까지 번지며 약 28만 에이커를 소실시켰지만, 진화율은 고작 15%에 그치고 있다.

레인저로드 산불은 시속 65마일(약 104㎞)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동북 방향으로 빠르게 확산됐으며, 캔자스주 애슐랜드·엔글우드, 오클라호마주 비버·우드워드 등 주요 도시와 농촌지역을 위협하고 있다. 불길이 주 경계를 넘어 확산되자 캔자스주 일부 지역에는 '즉시 대피(Level 3)' 명령이 내려졌고, 주민들은 임시 대피소로 이동한 상태다.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이번주에만 5건 이상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스티븐스 화재(1만2400에이커, 진화율 50%), 사이드 로드 화재(3700에이커, 60%), 43번 화재(약 2000에이커, 30%) 등 중·소형 산불도 이어지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 소방관 4명이 진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고 주택 소실 피해도 발생했다. 텍사스주에서도 산불로 약 2만 에이커가 소실됐다.

케빈 스티트 오클라호마 주지사는 비버·텍사스·우드워드 등 3개 카운티에 30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우드워드 지역 등 일부 구역에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교회와 커뮤니티센터 등이 임시 대피소로 운영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피령이 해제됐지만, 여전히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당국은 주민들에게 경계 태세 유지를 당부했다.

문제는 기상 조건이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오클라호마 전역과 텍사스 팬핸들 26개 카운티에 '레드 플래그 경보'를 발령했다. 이는 강풍·고온·건조가 동시에 나타나 산불 위험이 극도로 높은 상황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는 초속 20~25마일의 지속풍과 최대 40마일 이상의 돌풍이 불어 진화 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상당국은 "매우 위험한 산불 기상 조건이 이어질 것"이라며 "바람 방향까지 수시로 바뀌면서 산불 확산 양상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계절적 현상이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한 구조적 변화의 신호라고 지적했다. 미 전역 45% 이상이 가뭄에 든 가운데, 건조한 식생과 강풍이 맞물리면 계절과 무관하게 대형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클라호마와 텍사스 지역의 산불 위험이 향후 몇 주간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철부터 이어진 건조와 가뭄이 봄철로 이어지면서 산불 발생 조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기상예보기업 아큐웨더의 기상학자 브랜던 버킹엄은 "이제 미국에는 '산불 시즌'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사라졌다"며 "식생이 마르고 바람이 강하면 언제든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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