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가 강과 습지를 강력한 탄소흡수원으로 바꾼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버밍엄대학을 중심으로 한 국제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비버 활동이 "하천을 순수 탄소흡수원으로 바꾼다"며 생태계 복원 효과를 넘어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10~2023년 스위스 북부 하천의 비버 서식지를 분석한 결과, 비버가 만든 습지는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탄소를 최대 10배 더 저장한다고 보고했다. 13년간 해당 지역에는 약 1194톤의 탄소가 축적됐는데, 이는 매년 헥타르당 약 10.1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셈이다. 또 분석에 따르면 비버가 만든 습지 하나가 연간 평균 약 98톤의 탄소를 저장한다.
비버가 댐을 만들면 물의 속도가 느려지고 주변이 침수되면서 습지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퇴적물과 유기물, 무기탄소가 함께 쌓인다. 특히 땅속에서 용존 무기탄소가 제거되고 퇴적층에 축적돼 장기간 저장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계절별 차이는 있었다. 여름철에는 하천 수위가 낮아지고 퇴적물이 노출되면서 일시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퇴적물, 식생, 고사한 나무 등이 축적되면서 연간 탄소 흡수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습지에서 흔히 우려되는 메탄 배출량은 해당 지역에 저장된 탄소의 0.1% 미만이어서 기후 영향은 미미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렇게 축적된 탄소는 최소 수십 년간 유지된다. 연구 대상이 된 습지의 퇴적물은 인근 산림 토양보다 최대 14배의 무기탄소, 8배의 유기탄소를 함유했다. 댐 건설에 쓰인 나무 역시 전체 탄소 저장량의 절반을 저장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비버 개체수를 늘리면 기후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내 비버 서식이 가능한 범람원 전체에 이 같은 효과를 적용할 경우, 국가 연간 탄소 배출량의 최대 1.8%를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자연 기반 기후해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평가된다. 연구를 이끈 조슈아 라슨 버밍엄대학 박사는 "비버는 단순히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탄소가 이동하고 저장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며 "하천을 강력한 탄소흡수원으로 전환시킨다"고 설명했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루카스 할베르크 버밍엄대학 박사는 "불과 10여년 만에 자연 하천이 장기적인 탄소 흡수원으로 전환됐다"며 "비버 기반 생태 복원은 토지 이용 계획과 기후 정책에서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앤 인바이어런먼트'(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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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윤 기자 jamini2010@newstree.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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