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대응 차원 넘어서 원가경쟁력 요인
중동 전쟁으로 나프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재생 플라스틱 전환율이 기업의 원가구조를 좌우하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ESG 대응차원에서 시작됐던 재생용기 사용이 이제 기업의 환경대응 차원이 아니라 원가경쟁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원유를 정제할 때 생기는 탄화수소 혼합물인 나프타(Naphtha, 납사)는 페트(PET), 폴리에틸렌(PE) 등 플라스틱뿐 아니라 합성섬유, 고무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원료다.
이에 따라 나프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제품의 용기와 포장재 가격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제품가격 상승을 동반하게 된다. 만약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 나프라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는 공장이 줄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나프타는 기업의 원가구조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변수다.
하지만 재생 플라스틱 사용비중을 꾸준히 확대해온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나프타 부족에 따른 충격이 적다. 이에 본지는 롯데칠성음료, CJ제일제당, 동원F&B, 오뚜기, 매일유업, 농심, 오리온, 남양유업, 삼양식품 등 9개 식품·음료 기업을 대상으로 재생용기 대응 수준을 평가해 봤다. 평가는 각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ESG 공시, 공식 자료를 종합해 점수화했다.
점수는 총 100점 만점에, 5점 단위로 부여했다. 평가항목은 △중장기 목표 구체성(20점) △재생원료 실제 적용(20점) △적용 범위(20점) △경량화·무라벨 등 병행 전략(15점) △회수·순환체계(15점) △공시 투명성(10점) 등 6개로 진행했다.
'중장기 목표 구체성' 항목에서는 2030년 기준 감축 목표를 얼마나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는지를 평가했고, '재생원료 실제 적용' 항목은 PCR·PIR·바이오 소재 등 대체 원료가 실제 제품에 적용됐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적용 범위' 항목은 일부 제품에 그치는지, 주력 제품군으로 확산됐는지를 봤다. '경량화·무라벨 등 병행 전략'은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평가했고, '회수·순환체계' 항목에서는 사용된 포장재를 다시 회수·재활용하는 구조 구축 여부를 살폈다. 또 '공시 투명성'은 적용 제품과 감축량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공개했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종합점수에서 롯데칠성음료가 85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80점), 동원F&B와 오뚜기(각 75점), 매일유업과 농심(각 70점), 오리온·남양유업·삼양식품(각 65점) 순으로 나타났다.
롯데칠성음료는 목표, 실행, 공시가 모두 맞물린 기업으로 평가됐다. 회사는 2030년까지 신재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수치로 제시했고, 무라벨 제품 확대, 초경량 용기 적용, 재생 PET 도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연간 플라스틱 감축량을 톤 단위로 공개하며 실행력을 입증했다.
CJ제일제당은 재생원료 적용에서 가장 앞섰다. 햇반 용기에 재활용 원료와 바이오 순환 소재를 적용하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자원을 다시 원료로 사용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회수체계도 운영하고 있다. 다만 특정 제품군 중심 전략이라는 점에서 확산성은 제한적이었다.
동원F&B는 재생원료보다 플라스틱 절감 전략에서 강점을 보였다. 경량화와 포장 개선을 통해 1500톤 이상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고,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했다. 오뚜기는 일부 제품에서 100% 재생 페트를 적용하는 등 강한 사례를 보였지만 적용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매일유업과 농심은 각각 회수체계와 포장 개선에서 강점을 보였다. 다만 재생 플라스틱 원료 적용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오리온, 남양유업, 삼양식품은 포장 개선 활동은 진행 중이지만 재생원료 적용과 중장기 전략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기 목표 구체성' 항목 평가에서는 재생 플라스틱 감축이나 사용 확대 목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했는지를 기준으로 했다. 2030년 기준 수치를 명확히 제시한 경우 20점, 비율만 공개한 경우 15점, 방향성만 언급한 경우 10점, 관련 언급이 거의 없는 경우 5점을 부여했다. 이 항목에서 롯데칠성음료가 20점 만점을 받았고, CJ제일제당과 동원F&B, 오뚜기, 매일유업, 농심이 10점, 오리온과 남양유업, 삼양식품이 5점을 받았다.
'재생원료 실제 적용' 항목은 재생 플라스틱이나 바이오 소재가 실제 제품에 적용됐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제품 적용과 방식이 명확한 경우 20점, 일부 제품 적용은 15점, 언급 수준은 10점, 관련 내용이 없으면 5점을 부여했다. 이 항목에서는 CJ제일제당이 20점 만점을 받았고, 롯데칠성음료와 오뚜기가 15점, 동원F&B와 매일유업이 10점, 나머지 기업은 5점을 받았다.
'적용 범위' 항목은 재생용기 적용이 일부 제품인지, 주요 제품군까지 확산됐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다수 제품군에 적용된 경우 15점, 일부 제품에 한정된 경우 10점으로 나눴다. 롯데칠성음료, CJ제일제당, 동원F&B가 15점을 받았고, 나머지 기업은 10점을 받았다.
'경량화·무라벨 등 병행 전략' 항목은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활동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경량화, 무라벨, 재질 단일화 등을 복합적으로 추진하고 감축 효과를 수치로 제시한 경우 15점, 복수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량 성과가 제한적인 경우 10점, 일부 활동만 확인되는 경우 5점을 부여했다. 이 평가에서는 9개 기업 모두 무라벨 제품 확대와 용기 경량화 등 기본적인 대응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 기업이 15점을 받았다.
'회수·순환체계' 항목은 사용된 포장재를 다시 회수해 재활용하거나 순환 구조를 구축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자체 회수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외부 협업을 통해 재활용 체계를 구축한 경우 15점, 캠페인이나 시범 사업 수준은 10점, 관련 활동이 제한적인 경우 5점을 부여했다. 이 항목에서는 CJ제일제당과 매일유업, 농심, 오리온, 남양유업이 15점을 받았고, 롯데칠성음료, 동원F&B, 오뚜기, 삼양식품은 10점을 받았다.
'공시 투명성' 항목은 재생원료 적용 제품, 감축량, 적용 시점 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공개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제품 단위 또는 감축량 등 정량 데이터를 명확히 공개한 경우 10점, 일부 정보만 공개한 경우 5점을 부여했다. 이 항목에서는 CJ제일제당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10점을 받았고, CJ제일제당은 5점을 받았다.
이번 평가에서 점수차이가 발생한 것은 친환경 포장을 했느냐가 아니라, 재생원료를 실제로 사용했느냐에서 갈렸다. 포장재를 줄이거나 라벨을 제거하는 수준은 이미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지만, 플라스틱 원료 자체를 바꾸는 단계에서는 기업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동발 나프타 공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생용기 전환이 ESG 대응을 넘어 원가구조를 좌우하는 변수가 된 것이다. 이번 평가는 식품업계의 친환경 수준이 아니라, 그동안 재생용기 전환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온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를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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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지 기자 gpwl0218@newstree.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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