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공개한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을 놓고 국회와 기후·ESG 싱크탱크가 "글로벌 기준에 뒤처질 뿐 아니라 정부 정책과도 충돌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과 국회ESG포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녹색전환연구소, 플랜1.5,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등은 26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초안은 기업의 단기 부담만 고려한 설계로, 공시 시기와 대상, 방식 등 전반에서 국제 흐름에 뒤처져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금융위는 2028년부터 연결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도입하고, 이후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기업 전체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코프3(간접배출)'는 2031년부터 의무화하는 안을 내놨다.
그러나 참여기관들은 이같은 방안이 한국 산업의 전환을 지연시키고 자본시장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ESG 공시가 늦어질수록 글로벌 투자자 자금이 공시가 투명한 국가로 이동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이 공급망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로드맵이 K-GX(한국형 녹색전환), 기후금융 확대, 기업 밸류업 정책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정책들과도 충돌한다고 강조했다. 신뢰할 수 있는 ESG 정보가 전제돼야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데, 공시 자체를 늦추는 것은 '정책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공시 대상과 시기 확대도 핵심 쟁점이다. 현재 기준대로라면 최초 적용 기업이 약 58개에 그치는데, 이는 산업 전반의 전환을 유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들 기관은 최소 연결자산 5조원 이상 기업부터 시작하거나, 가능하다면 2조원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코프3 공시 유예도 도마에 올랐다. 스코프3는 전체 배출량의 75~80%를 차지하는 핵심 지표지만, 금융위는 3년 유예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참여기관들은 "EU는 유예가 없고, 주요국 대부분이 1년 이내 적용한다"며 "한국 기업도 이미 상당수 스코프3 데이터를 산정·공개하고 있는 만큼 과도한 유예는 불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먼저 거래소 공시를 거친 뒤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공시 방식에 대해서도 "거래소 공시는 제재가 약해 ESG 워싱 우려가 크다"며 도입 초기부터 법정공시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SG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제3자 인증 도입 일정이 빠진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주요국은 공시와 동시에 또는 1년 내 인증 의무화를 추진하는 반면, 국내 로드맵은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ESG 공시는 단순한 정보 공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지연된 공시는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시 확대, 스코프3 조기 도입, 법정공시 전환, 인증 의무화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로드맵을 수정해야 한다"며 "4월 확정안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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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윤 기자 jamini2010@newstree.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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