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비닐은 생분해인데...'종량제 봉투' 생분해로 안되나?

사회 / 조인준 기자 / 2026-03-27 08:05:02
▲품절된 종량제 봉투(사진=연합뉴스)

"종량제 봉투 다 떨어졌어요."
"종량제 봉투 1인당 2장씩만 팔아요."

중동 전쟁으로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납사)'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종량제 봉투가 때아닌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비닐봉투가 부족해질 것을 염려한 사람들이 마트와 편의점에서 종량제 봉투 사재기에 나선 까닭이다. 이에 석유계가 아닌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식물유래 원료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이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마트 관계자는 "1인당 최대 10장씩 구매하도록 제한했는데, 물량이 오전에 모두 동났다"며 "지금은 50ℓ, 70ℓ 대용량 봉투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셜서비스(SNS)에서는 "마트를 여러 곳 돌아도 살 수 없었다", "한번에 살 수 있는 양을 제한한 곳이 많아 많이 못구했다"며 종량제 봉투를 못구했다고 하소연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재고가 충분하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종량제 봉투 사재기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재생원료 등 대체 원료를 활용한 대비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비닐봉투는 모두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것들이다. 하지만 종량제 봉투는 아직까지 석유계 플라스틱으로 제작하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꼽힌다. 

하나는 '가격' 때문이다. 생분해성 비닐의 원료단가는 1㎏당 평균 3000~5000원이다. 일반비닐 원료단가는 1㎏당 1400원선이었는데 중동 전쟁으로 현재 2600원으로 2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그런데도 여전히 생분해성 비닐보다 저렴하다. 게다가 생분해성 비닐을 제조하려면 추가적인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에 실제 가격차는 2~3배에 이른다.

두번째 '물성'이다. 종량제 봉투는 잘 찢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생분해 비닐은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하고, 습기에도 취약하다. 유리나 깨진 물건을 담아도 견뎌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2006~2008년 전라남도 남해와 여수에서 생분해성 종량제 봉투를 시범적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그런데 봉투가 비싸고 쉽게 훼손되는 문제때문에 시범사용하는데 그쳤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당시 생분해성 종량제 봉투는 운반중 찢어지는 등 기존 종량제 봉투만큼 질기지 못했다"며 "비싼 가격도 장애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시범사업이 진행됐던 20여년전과 달리, 지금은 석유기반 플라스틱 비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품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분해 플라스틱 제조업계에 따르면 폴리락트산(PLA), 폴리하이드록시(PHA) 등의 생분해 소재 물성은 석유계 플라스틱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생분해 플라스틱 제조사 한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이전에는 색상이 누렇거나 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제는 기술이 충분히 확보됐다"며 "용도에 적합한 강도로 만들기만 하면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곡물 부산물을 원료로 생분해 비닐을 생산하는 '그리코'는 이미 일부 지자체에 제품을 납품하며 종량제 봉투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박재민 그리코 대표는 "경기도 화성시와 광주시 동구·서구 등에 생분해성 봉투를 납품하고 있다"며 "아직은 공공기관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인증이 완료되면 즉시 도입할 수 있도록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가격 문제도 개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표는 "그리코 제품은 원료의 50%를 폐처리 되는 곡물 부산물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료 가격이 1㎏당 1000원 수준"이라며 "아직 대부분의 생분해 플라스틱 가격이 일반 플라스틱보다 높은 것은 맞지만, 원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나프타 수급 대란이 그동안 수요처가 없어 움추러있던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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